스틸컷 찬란 제공
스틸컷 찬란 제공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 이름마저 비슷한 두 소년은 그들의 친밀함을 단짝 친구 이상으로 여기는 또래들 때문에 서먹해진다. 레오는 점점 레미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레미는 그런 레오를 바라보며 상처를 받는다.

첫 장편 <걸>로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공개하자마자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제35회 유럽영화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재까지 총 48관왕, 60회 노미네이션 기록을 세웠다. <걸>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연출력과 이를 더 돋보이게 한 아름다운 미장센은 이번 <클로즈>에서도 어김없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전작과 <클로즈>의 공통점은 정체성 때문에 갈등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에서 ‘일반적’ 혹은 ‘평범함’이라고 정의하는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데 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사회 규범과 고정관념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전작 이후 정체성 문제와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계속해서 탐구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정말 개인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레미에게서 멀어진 레오는 또래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아이스하키에 몰두한다. 영화의 주요한 배경인 꽃밭은 아이스하키와 대비되는 연약함 또는 유년 시절의 상징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레오와 레미의 우정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던 꽃밭은 겨울이 되면 맨땅을 드러내며 또 다른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레오는 큰 사건을 맞이한 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상실감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성장한다.

행간을 읽어내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재능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 움직임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연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의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이 더해져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탄생했다.

5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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