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꿈꾸었던 소년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트럼펫 연주를 해야 했다. 연주자에 그치지 않고 작곡을 배운 그는, 1961년부터 영화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영화음악이 영화의 소품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약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400편이 넘는 영화 및 드라마 음악을 작곡하며 오리지널 스코어(Original Score)의 위대함을 증명했다. <석양의 무법자>,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등 제목만 들어도 귓가를 맴도는 주옥같은 음악들을 탄생시킨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시네마 천국>(1990) 이후 25년간 엔니오 모리꼬네와 인연을 이어온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와의 생전 인터뷰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는 생계 때문에 새벽까지 클럽에서 트럼펫 연주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과 당시 매우 보수적이었던 클래식 음악계에서 연주자이면서 작곡을 배운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던 때를 회상한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서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서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작곡에 몰두하고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작곡에 몰두하고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시네마 천국(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시네마 천국(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황야의 무법자(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황야의 무법자(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엔니오 모리꼬네는 2020년 7월 6일 타계했으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를 현존하는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마치 영화와 영화음악이 영원한 것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엔니오 모리꼬네가 자신의 음악인생에서 결정적인 작품들을 만나, 그 작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곡들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경이롭고도 감동적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와 함께 작업했던 유명 감독들, 팝스타와 영화음악 작곡가들과의 인터뷰도 담겼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그와 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훈장”이라고 말하며, 영화음악의 대가로 불리는 한스 짐머는 엔니오의 음악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음악이 갈 길을 정한 사람”, 홍콩영화의 거장 왕가위 감독은 “엔니오의 음악은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다”고 경의를 표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곡들을 완성했지만 유독 미국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를 두고 아카데미가 외국인 작곡가를 배척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특히 <미션>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음에도 창작의 비중이 절반밖에 안 되는 작품이 아카데미 음악상을 가져가 수상자 선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일었다. 이후 엔니오 모리꼬네는 음악인생 60년 만인 2016년에서야 <헤이트풀8>으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음악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수상 직후 그는 “엄청난 노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이 상을 받지 못한 다른 모든 작곡가들을 생각하며, 그들도 저처럼 언젠가 꼭 인정을 받기를 바란다”며 “오스카는 도착점이 아닌 또 다른 출발점이다. 영화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과 헌신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음악을 계속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7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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