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대가로 고문을 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를 개발한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시 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 대가로 남은 생을 죄책감에 시달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양자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비밀리에 진행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돼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며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물리학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의 오펜하이머부터, 소련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기까지 오펜하이머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게 자유자재로 플롯을 뒤섞으며 180분을 내달린다.

1945년 8월, 원자폭탄으로 인해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오펜하이머는 종전의 영웅이자 천재 과학자로서 명성을 떨친다. 그러나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종전 이후 그는 핵무기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전 세계에 가져올 위협을 경고한다. 군비경쟁과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다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그는,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던 1950년대 초반 공산주의자로 몰린다.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촬영 현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가운데), 킬리언 머피(우), 에밀리 블런트(좌)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 촬영 현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가운데), 킬리언 머피(우), 에밀리 블런트(좌)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는 청문회에 선 오펜하이머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는 컬러로, 오펜하이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루이스 스트로스의 시점에서는 흑백으로 전환한다.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창립위원인 스트로스는 공산주의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던 오펜하이머의 행적을 빌미 삼아 그에게서 안보 기밀 취급 인가를 박탈하려는 목적으로 청문회를 설계한다. 스트로스에게 매수당한 인물들은 오펜하이머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놓고, 오펜하이머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애국심마저 의심받는다.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핵무기 개발이 도덕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의도를 파악하기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은 매우 복잡하고, 설명은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 <인터스텔라>를 시작으로 <테넷> 그리고 이번 <오펜하이머>까지, 감독은 물리학에 대한 애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으나 관객들이 얼마만큼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이해하려면 당시 미국 역사와 정치적인 배경 정도는 검색해본 후에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놀란 감독의 작품에 <배트맨 비긴즈>에서부터 조연으로 꾸준히 출연했던 킬리언 머피가 오펜하이머를 연기한다. 외형부터 내면까지 완벽한 변신이다. 그밖에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그로브스 장군 역의 맷 데이먼 외에도 에밀리 블런트, 조쉬 하트넷, 플로렌스 퓨,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게리 올드만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2006년 퓰리처상을 받은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원작이다.

8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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