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이클 커닝햄 | 번역 정명진 | 336쪽 | 값 13,800원 | 비채

1923년 어느 날, 런던의 어느 교외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을 생각해낸다.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의 꽃은 자기가 직접 사겠다고 말했다.” 아주 사소한 일로 자살을 결심하는 여자의 하루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의 주축이 된다. 《디 아워스》에는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던 20년대의 버지니아 울프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드는 40년대의 로라 브라운, 그리고 첫사랑에게 ‘댈러웨이 부인’으로 불린 현재의 클러리서 본이 등장한다. 작가는 세 여인이 반복된 일상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The Hours)’을 살아내고자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성의 심리가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표현돼있다.

1923년, 리치먼드에 요양을 온 버지니아 울프는 계속되는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댈러웨이 부인》 집필을 계속한다. 그녀는 교외의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1949년, 로라 브라운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그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남편의 생일을 준비하고 살림을 하는 ‘브라운 부인’일 뿐이다. 설령 자신이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도 말이다. 로라는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다 말고 집을 뛰쳐나와 한 호텔에 머물지만, 그 몇 시간마저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살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그녀는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는 클러리서 본은 자신을 ‘댈러웨이 부인’이라 부르는 리처드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한때 연인 사이였던 리처드는 정신병과 에이즈를 앓고 있다.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리처드를 위해 파티를 준비하는 클러리서. 그녀는 파티가 완벽하기를 바라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세 여인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큰 파장을 남기는 이 소설은 퓰리처와 펜 포크너를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2년에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이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버지니아 울프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니콜 키드먼은 <디 아워스>가 “힘든 시기에 있던 나를 구원한 작품. 울프를 만난 건 그야말로 행운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 소개_ 마이클 커닝햄

1952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 대학 시절 단편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세상 끝의 사랑》의 모티프가 된 《하얀 천사》는 1989년 ‘올해의 미국 단편선’에 선정되었으며, 《브라더 씨》는 1999년 ‘오 헨리상 수상집’에 실렸다.

15세 무렵에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를 변주해 1998년 커닝햄 버전의 새로운 《디 아워스》(국내에서는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 출간. 이번에 원제로 새롭게 출간됐다.)를 발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물론 19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동시 수상이라는 문학적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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