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장 논설위원

얼마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신년 교례회와 경기도치과의사회 신년 하례식을 시작으로 2024년 회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2023년 작년”이라는 말이 어딘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제법 입에 익숙해지는 날이 지나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그 토대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의 정치체제이듯, 논란 많고 시끄러운 2023년이었고 이는 대한민국 치과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치과의사회를 비롯한 지부 선거로 시작한 2023년은 감사 불신임을 안건으로 하는 협회 임시 대의원총회까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임시 대의원총회를 소집하여 감사 불신임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쪽도, 임시 대의원 총회성립 과정의 문제점과 이를 부결시키고자 하는 쪽도 모두 마땅한 논리와 이유가 존재한다.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이면서도 그 누구보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감사 불신임을 대하는 양측의 논리와 이유가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는지와 이를 받아들이는 대의원의 감정과 판단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감사 불신임의 가결 입장 또는 부결 입장을 가진 대의원들과 대의원이 아닌 보통의 회원들이 가지는 편차는 분명하리라 본다. ‘할 일이 많은데 지금이 이럴 때야?’라는 회원들의 의견이 우세할 것임을 확신한다.

『교수신문』은 작년 2023년을 관통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하였다.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소중한 의리를 저버려 결국은 크게 손해를 보거나 후회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 임상과 일상에 치이는 소시민 치과의사는 하루를 견디는 것도 안간힘을 쏟아야 한다. 분명 눈앞의 이익에 혹할 수밖에 없고 대의를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지나치는 것도 찝찝하고 미진함이 남는다. 사실 곰곰이 생각하면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환자를 보면서 치료 선택에 있어 매일 접하는 일상이기도 하다.

2024년 갑진년은 음양오행에 따르면 목(木)의 기운을 가지고 동쪽과 푸른색을 뜻하는 푸른 용의 해로 60년에 한 번 있는 청룡의 해이다. 용은 십이지 중 유일하게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로 낙타, 사슴, 토끼, 소, 뱀, 조개, 잉어, 매, 호랑이가 혼재된 모습이다.

물리쳐야 할 최종 악당 보스의 역할에 치중한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신비하고 상서롭고 조화로운 동물로 여겨진다. 용궁(龍宮), 용왕(龍王), 용소(龍沼)처럼 물과 깊은 관계를 지진 수신(水神)이며, 용안(龍顏), 용상(龍床), 용포(龍袍)같이 왕을 상징하기도 한다.

용은 비와 구름을 부르고 헤엄을 치기도, 날개가 없음에도 날기도 하는 등 경이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여기에 백성의 바람과 희망이 더해 민간신앙의 숭배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용은 다양한 동물이 섞여 있음에도 특별히 모나거나 반목하지 않고 조화롭기에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의견이 반목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그 힘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갈등과 분열보다는 화합과 통합이 큰 힘이 된다.

아래 일화를 보며 회원 개인과 회 모두 2024년의 큰 희망과 포부를 세워보길 바란다.

견리망의’는 장자(莊子) 산목편에 나온 말로, 장자가 조릉(雕陵)의 정원에 갔다가 얻은 깨달음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날 조릉의 정원으로 사냥을 간 장자는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하는데, 까치는 이상하게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사마귀대로 나무 그늘에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즉, 모두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마음을 뺏겨 자신이 처한 위험을 몰랐고, 이를 본 장자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정원관리인이 다가와 이 정원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장자를 책망했고, 장자 역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환자에게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를 권유하는 치과의사 회원의 모습처럼, 회 또한 회원을 위해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아니라 견리사의(見利思義)하는 2024년이 되기를 바라며 마침내 여의주를 물고 날아오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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