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회장을 만나다

오는 5월부터 초등학생 치과주치의사업(이하 주치의사업)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된다. 도내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치의사업은 예방 중심의 포괄적 구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여, 평생 구강 건강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서울시에 이어, 그간 경기도 내에서는 성남에서만 진행되고 있었다. 성남에서는 지난 2016년 6월 말부터 해당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협력 치과는 총 172곳이며, 지난해 말까지 72개 초등학교 4학년 7,947명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경기도치과의사회(회장 최유성, 이하 경치)는 올해부터 시행될 주치의사업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도청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갖고, 수가 협상과 서비스 항목 조율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치의 계속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수가는 4만 원으로 책정됐다. 서비스 항목도 파노라마촬영, 치석제거에 ‘보험청구 불가’라는 항목이 삭제된 것을 제외하고 큰 변동 없이 시행될 전망이다. 수가는 사업 진행에 따라 추후 인상의 여지가 열려있다.

주치의사업 협력 3년 차에 접어든 성남시치과의사회(이하 성남분회) 박주현 회장을 만나 현재 진행 상황과 회원들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박주현 회장은 ‘책임감’과 ‘소명 의식’이 지금까지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2016년 6월 27일부터 성남시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성남분회는 현재까지 치과주치의사업의 어느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습니까?

당시 주치의사업 시행 주체를 놓고 논의한 결과 성남시에서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려, 현재 성남시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성남분회는 매년 2~3월에 회원을 대상으로 주치의사업 참여 치과를 모집하며, 3월 중에는 주치의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더불어 치과의사와 직원에게 예방교육 매뉴얼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다. 구강보건교사 모임에 참석하여 주치의사업 참여에 대한 안내 및 협조를 구하고, 수시로 보건소와 연락하여 민원 및 주치의사업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성남시와 계약을 맺은 협력 치과 중 성남분회 회원은 몇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까?

협력 치과 172개소가 전부 회원 치과이다. 성남분회 등록회원 516명 치과 406개소 중 172개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는 더 확대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협력하고 있는 회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시행 초기, 학생들이 예약 없이 방문하여 진료에 방해를 받는 치과가 많다고 들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교육지원청에서 각 학교에 안내했다고 하는데, 일반 교사나 보건교사들에까지 전달이 잘 안 된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해야 할 일임에도, 교사들이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빠른 시간 안에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짧은 기간만 주고 검진을 받아오라고 하면 학교 근처 병원들이 마비되는 거다. 결국 학생 한 명 당 20~30분이 소요되는 주치의제 의료행위도 제공되기 어려워, 구강 검진만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문제가 현재는 개선이 되었습니까?

지난해에도 몇 개 학교에서 같은 일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안내가 됐기 때문에 그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서울시에서부터 수가가 변동 없이 4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회원들에게 가장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만약 주치의사업 없이 진료를 받으려면 10만 원 이상이 든다. 시에서는 4만 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성남분회에서는 자원봉사 같은 개념이 들어있는 수가라고 생각한다. 성남시에서는 5학년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교육청과 보건교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고, 협력 치과들도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료도 인상이 된 만큼 앞으로 합리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남시와 수가에 대해 추후 논의할 계획이 있습니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서울시의 선례가 없었다면 논의를 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이미 4만 원으로 정해버렸기 때문에 그보다 작은 단체에서는 논의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성남의 주치의사업은 성남시에서 먼저 성남분회에 사업을 하자고 했고, 보건소에서 성남분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반대였다. 따라서 수가 협상에 그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경치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재명 도지사의 공약이었고 도청에 협력하는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 수가 인상에 대해 재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치가 수가에 대해 계속된 논의를 했듯이, 수가는 짚고 넘어가는 것과 그냥 받아들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성남분회장을 맡기 전, 치무이사로서 주치의사업 진행에 참여했는데, 성남시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모든 사업이 그렇듯 처음엔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필수 진료와 선택 진료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 건강보험공단 청구 유무, 진료 후 차팅 및 전산화 작업 등이 그랬다.

현장에서 학생 지도로 고생하고 있는 학교 관계자와 보건교사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도 어려웠다. 구강검진은 단순히 검진으로 끝나는 것이고, 주치의사업은 여기에 예방과 1차 치료가 제공되는 것인데, 이들 중 이런 분명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구강건강은 교육청, 학교, 학부모, 학생, 치과의사 모두의 책임인데 단순히 학생, 학부모와 치과의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지속적으로 이 사업의 효용성과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으나, 아직도 대다수가 ‘형식적인 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낮은 수가로 진행하는 데 대해서 회원들을 납득시키는 일은 저나 회원들 간에 기본적으로 사명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예방보다 치료 위주로 과열된 진료 환경에서 동네 치과의 주치의라는 개념 설정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함으로써 1차의료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회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해당 사업이 학생과 학부모, 보건교사의 호응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협력 회원들도 이와 같이 체감하고 있습니까?

언론 보도처럼 사업 수혜자인 학생들과 학부모의 호응이 크다. 주치의사업은 우리 회원들이 꼭 하고 싶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과 보람으로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회원들의 호응도 큰 것 같다. 주치의사업으로 업무가 늘어난 보건소 담당자와 보건교사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과 지역사회, 보건소, 교육지원청, 대학 등 여러 유관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

협력 회원들이 주치의사업에 참여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치과의사들도 소홀히 여기기 쉬웠던 학생들의 구강 관리 교육과 충치 예방을 제도화된 틀에서 시행하게 된 점이다. 이에 따라 초기 치아우식증 발견, 올바른 칫솔질 교육에 따른 충치 예방, 치료 위주가 아닌 예방 위주의 사업으로 1차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치의사업은 올해 5월부터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해당 사업에 먼저 참여한 입장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언급했던 특정 시간대 학생 몰림 현상을 방지해야 하고, 특정 병원에서 주치의제 학생들을 유인하는 행위를 막아야 할 것 같다. 성남에서는 학교에서 1, 4학년 검진을 하던 방식대로 특정 치과로 가라는 안내문을 발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치의제는 말 그대로 집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치과를 정하여 치료보다 예방 위주의 구강보건 행위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건교사가 자신이 해야 할 서류 작업을 협력 치과에 미루고 이에 협조하는 치과와 학교에서 지나치게 먼 치과를 묶어 계약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거나, 이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하지 않아서 치과가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도 교육청, 일반교사,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토론하기 위해 경기도・경기도 교육청・경기도치과의사회 3자간 MOU가 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치의제뿐만 아니라 구강검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여, 이번 사업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치과의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줄여주어야 한다. 수가 역시 4만 원으로 협의했다고는 하지만 치과건강보험료 인상분만큼의 상승은 매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치과의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는 회원들을 위한 회무에만 집중해주기를 부탁드리며,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와 비판을 해나가겠다. 경기도 치과주치의사업은 컨트롤타워가 될 경기도의료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나갈 거라고 믿는다. 신뢰와 소통을 통해 일을 진행한다면 큰 문제없이 주치의사업이 정착되는 첫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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