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는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다. 자주독립을 외치며 자신을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가 몰랐던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1년이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다.

영화는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을 이어받아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출을 맡은 조민호 감독은 7년 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유관순 열사가 갇혀있던 ‘여옥사 8호실’을 방문하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한국영화사에서 194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유관순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네 차례에 걸쳐 영화화됐으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연대를 담은 작품은 이번이 최초라 할 만하다.

당시 8호실 감옥에는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아들을 잃은 후 만세운동에 참여한 만석모, 기생 30여 명과 함께 수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향화, 감옥 안에서 아이를 키운 임명애 등 다양한 인물이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서 1920년 3월 1일, 1주년을 기념하는 만세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다.

감독은 제작진과 더불어 자료와 자문 등을 통해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담고자 노력했다. 유관순의 사진에서 눈빛과 표정을 보고 큰 울림을 느꼈다는 그는, 역사적 인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 유관순을 그려내고자 직접 각본을 썼다.

<괴물>, <우아한 거짓말>, <오피스> 등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던 배우 고아성이 유관순을 연기한다. 감독은 “유관순의 눈에서 봤던 애절한 느낌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고아성은 고문을 당해 거의 먹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의 유관순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열흘을 금식했다고 알려졌다.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등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각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흑백과 컬러로 구성돼 시간과 상황의 변화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유관순의 회상은 컬러로, 옥중에서의 장면은 흑백으로 표현했다. 특히 흑백 클로즈업은 세 평 남짓한 옥사에 갇힌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서대문 형무소, 당시 ‘서대문 감옥’은 컨테이너 건물에 축사 같은 형태로 화장실이나 의료시설도 없었다. 제작진은 1919년의 감옥을 재현하기 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도움으로 철저한 역사 고증을 거쳐 이를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유관순은 1920년 3월 1일, 8호실에 있던 여인들과 옥중 만세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3천여 명의 수감자들도 동참해 그 함성이 형무소 밖까지 퍼져나갔다. 형무소 주위로 인파가 몰려들고 전차 통행이 마비됐다. 18살이었던 유관순은 이 사건 이후 오랫동안 이어진 고문과 영양실조로 1920년 9월 28일에 순국했다.

2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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