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행 서적 전문점을 운영하며 특별할 것 없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여자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이는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런던의 ‘노팅 힐’에서 만난다.

1999년 개봉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노팅 힐>이 올봄 팬들을 찾아온다. 스타와 평범남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임에도 현실 로맨스를 구현하며,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로맨스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매번 빠지지 않고 회자되며 ‘남성판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도 곧잘 따라붙는다. 여주인공의 관점에서 적합한 듯 보이지만, 영화는 스타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남자의 일상에 들어간 ‘스타’의 이야기다. 이는 애나(줄리아 로버츠)가 윌리엄(휴 그랜트)과 그의 친구들에게 화려한 삶의 이면을 담담하게 털어놓거나, 윌리엄에게 스타가 아닌 한 ‘여자’로 자신을 받아들여 주기를 청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영화의 백미는 윌리엄이 기자회견장에서 애나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수많은 로맨스 영화가 호평을 받지 못한 이유는 관객이 기대하는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고, 캐릭터 간의 감정선과도 어우러지지 않은 채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노팅 힐>은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소만으로 배우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보여 준 90년대의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의 아름다운 모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4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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