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참여에 앞서 ②

이선장 정책연구이사가 앞의 글에서 커뮤니티케어의 정의와 필요성,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본 글에서는 커뮤니티케어가 전 세계적으로 필요해진 이유와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을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알아보고,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핵심인 구강케어의 필요성과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커뮤니티케어의 추진 배경

커뮤니티케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을 찾아 모여 있으면 요양이나 돌봄을 제공하던 것을, 본인이 살던 곳에 찾아가서 요양 돌봄ㆍ의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크게 세 개 군으로 나누어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를 그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보건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인구 고령화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2018년 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20년 베이비부머세대가 노인인구에 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7.3%에 불과하던 2050년에는 37.4%로 반세기 만에 30%가 증가하는 엄청난 속도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 평균 사망 연령이 늘어나면서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의 구성비가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인구학적 변화이다.

만성질환이 노인에서 빈발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인구고령화는 높은 만성질환 보유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급성기 질환의 수술이나 긴급한 처치가 아닌 만성질환자가 발생하여 돌봄이 필요할 때, 가족 내에서 돌봄이 불가능하여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병원에서 24시간 머무는 노인 장애인 치매환자 등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실태조사에서도 고령자 1인 가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핵가족화나 가족의 맞벌이 등으로 인하여 보건의료 돌봄의 사회적 니즈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핵심 의제는 보장성 강화와 전달체계의 개편이지만, 특히 ‘급성기 치료중심 병원완결형’ 체계에서는 위에서 말한 보건의료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만성질환자의 전인적인 치유와 장기요양환자를 위한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으로 집중될 것이며 전달체계와 지불구조 개편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개인과 가정이 겪어야 하는 고통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할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는 이런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2. 세계 각국의 지역사회 기반 돌봄 시스템

의료와 사회서비스가 별도로 제공되던 병원 중심 의료체계가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와 사회서비스로 통합 제공되는 체계로 바뀌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상병구조가 만성질병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병원이 만성질병의 치료에 적합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자를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병원에 입원시킬 경우 의료비만 낭비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경제침체는 병원의 장기입원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완치가 안 되는 만성질병에 이환된 노인들은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워 병원 입원을 선호하지만, 국가 경제가 더는 노인들을 장기간에 걸쳐 병원에 입원(Bed blocker)시켜 관리하는 비용을 감내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나라만 겪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이미 겪어왔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돌봄시스템을 개발하고 정립해 왔다. 가장 먼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북유럽의 덴마크와 우리와 문화 제도적으로 유사성이 많은 일본, 마지막으로 미국의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1) 덴마크

덴마크는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노동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로는 국민 부담에 한계가 있음을 직면하고 1980년대부터 지역사회 중심의 제공체계를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1984년 가급적 병원 입원을 줄이고 가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하여 Skævinge Project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가정에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책임을 지지 않으며, 병이 나면 생활지원 unit으로 옮겨 집에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돌봄을 제공하고, 병원에서 퇴원할 때에도 생활지원 unit으로 옮겨 집에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2) 스웨덴

스웨덴은 덴마크에 비하여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체계로 전환이 늦었다. 스웨덴에서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와 요양서비스의 통합체계로 전환하게 된 배경은 덴마크와 거의 유사하다. 일차의료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의료와 사회서비스 간의 조정을 개선하기 위하여 혁신적인 조치를 위하여 1992년 Ädel Reform을 단행하였다.

Ädel Reform을 시행하게 된 배경으로 첫째, Bed blocker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였다. 의료적 처치가 아니라 호텔 기능의 필요성으로 장기입원하는 환자가 많아 전문적인 의료(hip replacement, 심장수술 등)가 필요한 사람들의 대기 문제가 심각해졌다. Bed blocker의 60%가 80세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둘째, 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었다. 고령으로 인한 장애를 고가의 장비나 집중적인 생의학적 처치라는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인 요구에 부합하고, 자율적이고 생의 가치를 지향하는 관점으로 지원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셋째, 경제적 측면이었는데 이 문제가 가장 절박한 배경이었다. 고령자들을 전문화된 병동에 입원시키는 것은 요양시설에 비하여 훨씬 비싸고, Bed blocker들에게는 병원이 단지 호텔 기능만 하는 데 비싼 비용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3) 일본

일본은 북유럽 국가들이 1980년대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고, 의료와 사회서비스를 통합 제공함으로써 병원에서의 재원 일수를 단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병상 수를 단축하는 성과를 보고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하였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에서 강조하는 것은 ①치매지원책에 충실 ②의료와의 연계 ③고령자의 거주와 관련된 시책과의 연계 ④생활지원서비스의 충실에 두고 있다.

의료와 개호(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의 연계는 첫째, 복합적인 지원으로 생활을 지지하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여러 주체 간, 직종 간 연계(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둘째, 연계를 위해서는 다직종의 상호이해가 불가결하다. 셋째, 재택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서 다직종 협동(IPW: Inter-Professional Work)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다직종 교육의 실시가 중요하다. 넷째, 가능한 한 의료의존도를 높이지 않기 위한 예방적인 시점에서 개호와 케어매니저나 개호직 등에 대하여 재활, 간호직의 초기의 적절한 조언이 중요하다.

4) 미국

1970년대 초 William Gee 박사가 샌프란시스코 동쪽 지역사회 이태리, 중국, 필리핀 이민가정 노인의 장기요양보호를 위해 On Lok Senior Health Services를 설립하여, 지역사회 기반 케어시스템 고안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 모델은 연방정부 재정시스템을 포함한 통합적 모델로 개발되었으며, 1986년 10개 기관에 대한 지원을 시작으로 2014년 31개 주에서 104개의 PACE(Program of All Inclusive Care for the Elderly)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the PACE Pilot Act가 제안되었는데,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젊은 층과 요양보호가 필요치 않은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포괄적 케어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이처럼 PACE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 전달모델로 발전하였다.

3. 커뮤니티케어에서 구강케어의 필요성

커뮤니티 케어 구강보건영역에서 대상 노인에 대한 전략적 관리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약 10~15%는 일상생활 수행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KFI 평가에 의한 쇠약한 상태다. 이 단계의 쇠약한 노인들에게 구강 기능의 관리 및 재활 치료를 제공하여 적절한 식사를 통한 영양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근력과 운동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치과 관리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구강 기능이 저하된 단계에서 저작 기능의 유지를 위한 치아 및 보철물 관리, 구강건강수준을 높이는 구강 위생 관리 및 섭식연하장애의 조기 평가와 구강 기능 유지 향상을 위한 지도와 관리 등이 포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재가 상태에 있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나 치매 환자 등 약 10% 정도의 기능적으로 의존적 노인에 대해서는 연하장애에 대한 조기 진단을 통해 구강 기능의 향상을 위한 재활 치료와 함께 구강위생관리 수준을 높여 연하장애에 따른 흡인성 폐렴 예방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고령화 및 미래사회 변화와 관련한 보건복지제도의 개혁 모델과 정책적 기회의 창이 마련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의의가 있지만, 개념과 용어의 모호성, 실행을 위한 인프라와 인력자원 준비의 부족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으로 방향성에 대한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제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한 개혁의 방향을 잘 이해하고, 그간의 치매국가책임제나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초기에 구강보건서비스가 포함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여 초기부터 구강보건영역이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민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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