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은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인간은 악에게 조종당할 만큼 약한 존재이지만, 악을 이겨낼 힘 또한 인간에게 있다.

영화 <사자>는 악에 사로잡혔던 한 남자가 믿음으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구심점인 ‘구마 의식’은 최근 국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해 관객들에게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주인공 용후(박서준)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으로 부마자(付魔者: 마귀가 붙거나 귀신 들린 사람)들을 구원한다. 격투기 챔피언인 그가 구마 의식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원인 모를 손의 상처 때문이다. 그 상처로 인해 안 신부(안성기)와 만난 용후는 그와 구마 의식을 함께하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영화는 같은 소재에 두 남성 캐릭터를 내세운 <검은 사제들>(2015)을 떠오르게 하는데, <검은 사제들>이 잘 짜인 서사구조와 이를 극대화하는 볼거리를 준 데 비해 <사자>는 볼거리로 만듦새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가깝다. 미국 로케이션으로 완성한 초반 격투기 시합, 악의 근거지인 대형 클럽 ‘바빌론’의 지하 제단, 환상과도 같은 용후의 꿈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사자>는 <검은 사제들>의 완성도를 기대하기보다, 용후의 ‘아버지 찾기’를 중심으로 보면 좋을 작품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용후는 이로 인해 믿음을 버린다. 그는 모든 일이 “주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안 신부를 불신하나, 부마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으려는 안 신부에게서 점차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가 격투기 선수라는 본분을 벗어던지고 안 신부를 구하거나,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검은 주교(우도환)와 맞서 싸우는 행동은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선과 악의 거대한 싸움 속에서 펼쳐지는 용후와 안 신부의 뜨거운 드라마를 전하고 싶었다”는 김주환 감독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하다. 이제는 충무로의 역사나 다름없는 대배우 안성기와 다수의 작품에서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박서준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다만 용후와 1:1로 대적하는 검은 주교의 캐릭터가 다소 정적이라 영화의 긴장감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용후와 검은 주교의 대결은 후반부에서야 등장하는데, 용후를 격투기 선수로 설정한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빼어난 액션 시퀀스를 탄생시켰다. 이는 촬영, 분장, 무술, CG 등 각 분야의 협업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용후의 손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장면은 한국영화 최초로 배우의 손에 LED 라이팅을 부착해 촬영한 후, CG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또한 뱀인간으로 변하는 검은 주교의 모습은 다양한 파충류를 모티브로 했다. 여기에 배우의 전신을 스캔한 3D 모델링 작업으로 신체를 그대로 본뜨는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 기법을 적용해, 촬영마다 7시간에 걸쳐 실리콘으로 제작한 인조 피부를 우도환의 전신에 붙이는 특수분장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액션신에서도 이질감 없이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충무로 특수효과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강렬한 한방이다.

7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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