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튜브에 올라온 커버송(Cover Song: 기성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일반인이 유명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 영상이 때로 원곡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CD나 LP를 사는 대신 음원을 다운받는 시대이지만, 원곡의 위대함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무명가수 잭(히메쉬 파텔)이 비틀즈의 노래를 커버해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 날 밤, 전 세계적으로 정전이 일어나고 잭은 그 순간 사고를 당한다. 퇴원 후 잭은 친구들 앞에서 비틀즈의 「Yesterday」를 부르는데, 친구들이 마치 처음 들은 노래인 양 묻는다. “그 노래는 도대체 언제 쓴 거야?” 그는 그제야 정전이 일어났던 날 지구상에서 비틀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계속되는 무명생활에 지쳐 가수의 꿈을 접으려고 했을 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잭은 비틀즈의 명곡들을 자신의 노래라며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 시작한다. 거짓은 남자를 벼락스타로 만들지만, 그는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죄책감에 시달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그런 그에게 다시금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가 찾아온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각본은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썼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당시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대니 보일 감독에게 각본을 보내 연출을 제안했다. <트레인스포팅>이나 <쉘로우 그레이브>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대니 보일과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나, 그들은 팝송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대중적인 음악영화를 완성했다.

이 스타탄생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는 건 바로 ‘사랑’이다. 잭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때도 곁에서 늘 지지해준 소꿉친구 엘리(릴리 제임스) 덕분에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엘리는 잭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만, 잭은 이를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타임> 등 영국 대표 로맨틱 코미디를 양산한 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작품답게,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주는 감동은 이 작품에서도 유효하다.

리차드 커티스는 팝스타 에드 시런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영국의 소도시 ‘서퍽’을 배경으로 한 이 러브스토리를 구상했다.(에드 시런은 서퍽 출신으로 동창과 약혼했다.) 에드 시런은 영화에서도 팝스타로 등장하여 잭에게 자신의 공연 오프닝 무대에 서달라고 제안한다. 관객들은 비틀즈의 명곡뿐만 아니라 에드 시런의 노래를 듣는 즐거움까지도 누릴 수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공연 장면들은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서사도 크게 허술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SNS의 파급 효과가 잭을 순식간에 스타로 만드는 과정 역시 요즘 음악시장을 대변한다. 다만 초반 설정에 비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난하고 전형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엘리가 잭에게 성공과 자신 중에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장면도 다소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결국 비틀즈의 노래가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비틀즈의 팬이라면 아마도 잭에게 인생과 사랑에 대해 단순명료한 조언을 건네는 존 레논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라.” 잭이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부르는 「OB-LA-DI, OB-LA-DA」는 영화 속 그 어떤 비틀즈의 노래보다도 마음에 와닿는다.

9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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